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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파이 잠재적 위협" 홀더 법무장관 강조

에릭 홀더(사진) 법무장관은 "맞교환 형식으로 본국에 송환된 러시아 스파이들이 비록 중요한 기밀을 유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에 잠재적 위협을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홀더 장관은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첩보활동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 이들에게 수십만달러를 제공하기도 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홀더 장관은 또 10명의 러시아 스파이를 서방 정보기관을 위해 활동한 혐의로 수감돼 있던 러시아인 4명과 교환한데 대해 "우리가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었던 4명을 데려올 수 있는 기회였다"고 옹호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도 NBC 시사 프로그램 '언론과의 만남'에서 "러시아 정보요원들이 10년 이상 미국에서 활동했지만 기밀 정보를 빼내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을 오랫동안 감시했다"며 스파이들이 기밀 유출을 시도했지만 실제로 빼내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ABC 방송은 "러시아로 추방된 미녀 스파이 안나 채프먼(28)이 2003~07년 영국에 거주했다"며 "런던이 러시아 스파이의 주요 활동무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왕립 군사문제 연구소(RUSI)의 조나산 에얄은 "미국의 러시아 스파이 네트워크는 런던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또 러시아 스파이들이 옛 소련 시절과 마찬가지로 런던에서 활개치고 있다며 런던이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연방 보안국(FSB)에 반발하는 러시아 신흥재벌의 주요 활동무대라는 점을 그 원인으로 설명했다. 봉화식 기자

2010-07-12

양국 '스파이 교환' 배경…명분보다 '실리 우선'

미국과 러시아가 미국내 러시아 스파이 사건을 '스파이 맞교환' 방식으로 매듭지었다. 이는 양국간 협력이라는 '대의'를 내세웠지만 결국 두 나라의 실리가 우선이라는 정치적 거래로 마무리 짓게 됐다. 양국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햄버거 오찬'을 통해 전례없는 협력을 다짐한 지 사흘만인 6월27일 터진 이번 사건은 '마타 하리 같은 미녀 스파이' '냉전시대의 재림'으로 불리며 모처럼 밀월기를 보내던 미.러 관계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컸다. 결국 스파이 10명을 대량으로 체포 '칼자루'를 쥐던 미국이 엄격한 법집행 대신 타협을 선택함으로써 이번 사건은 '찻잔 위의 태풍'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1월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호전되고 있는 미.러 관계에 이번 사건이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양측의 계산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입장에서는 오바마가 역점을 두고 추진중인 굵직한 대외 이슈 중 러시아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거의 없다. 오바마에게 노벨 평화상을 안긴 '핵무기 없는 세계' 공약과 관련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협조가 불가피하다. 3개월전 2200기에 달하는 장거리 핵탄두를 1500기로 지상 및 해상배치 미사일은 1600기에서 800기로 각각 감축하기로 러시아와 새로 전략무기 감축협정(START)을 체결했다. 또 내년 7월로 예고한 철군 개시를 앞두고 막판 고삐를 조이고 있는 아프간 전쟁의 보급로를 유지하는데도 러시아의 도움이 필수불가결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으로선 스파이 사건을 장기적 법정 공방으로 끌고 갈 경우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설정'(리셋)하겠다는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된다. 반면 러시아 입장에서도 17년 숙제인 세계무역기구(WTO) 조기가입을 마무리짓는데 미국의 지지가 절실하다. 러시아 역시 오바마가 지난달 24일 미.러 정상회담 후 러시아의 신속한 WTO 가입을 공개 지지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을 이유로 미국과 각을 세우는 것이 국익에 이로울 것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연방 수사국(FBI)은 "몇년동안의 추적끝에 애써 체포한 러시아 스파이들을 며칠만에 석방한다면 앞으로 도대체 어떻게 일하란 말이냐"라며 반발 후유증이 장기화 될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다. 황주영 인턴기자 sonojune@koreadaily.com

2010-07-09

미·러 '스파이 맞교환' 움직임 빨라져…"CIA-주미 러 대사 비밀회동·채프먼 등 양국 10명씩 최종 조율"

'본드걸' 뺨치는 미모의 러시아 미녀 스파이 체포. 뒤이은 러시아의 서방 스파이 모스크바 이송.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의 스파이 맞교환.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007 영화를 방불케 하는 첩보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로이터.AP통신을 비롯한 현지 언론이 7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주미 러시아대사는 이날 비밀 회동을 통해 맞교환 대상을 각각 10명씩으로 최종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요구한 인물에는 지난달 검거된 여자 스파이 안나 채프먼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그를 포함한 10명의 러시아 스파이 용의자는 지난달 미국 정보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미국이 구금하고 있는 10명의 러시아 스파이는 8일 뉴욕 맨해튼의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긴급 이감됐다. 이들은 유죄를 시인하는 대신 형량을 감형 받는 형식으로 풀려나 제3국행 비행기를 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교환을 원하는 인물로는 러시아 내 대표적 군축 및 핵 전문가인 이고르 수티아긴 박사가 포함됐다. 그는 러시아의 핵잠수함 보유 현황과 같은 군사기밀을 영국 기업에 건넸다가 체포돼 2004년 1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러시아 당국은 그가 거래한 영국 기업이 미 CIA의 전위조직이라고 주장했다. 2006년 영국 스파이로 활동한 혐의로 체포된 세르게이 스크리팔도 교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스파이 맞교환설은 시베리아 감옥에 수감 중이던 수티아긴 박사가 갑작스럽게 모스크바로 이송되면서 불거졌다. 러시아 당국은 이례적으로 수티아긴 박사에게 변호사 및 가족 접견을 허용했다. 수티아긴을 만난 러시아 변호사는 미.러의 스파이 맞교환 가능성을 언론에 흘렸고 러시아 당국은 이를 묵인했다. 그를 포함한 10명의 서방 스파이 혐의자도 금명간 석방돼 제3국으로 추방될 전망이다. 미.러의 이번 스파이 맞교환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계획돼 온 것으로 보인다. 미 정보 당국은 안나 채프먼을 포함한 러시아 스파이 일당을 10년 가까이 추적해 왔다. 최근 이를 눈치챈 스파이 일당이 미국을 탈출하려 해 급하게 체포했다는 게 미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곧바로 수티아긴 박사를 모스크바로 이감하며 맞교환 준비에 나서 사전에 미.러 당국의 물밑 접촉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미.러 당국자도 맞교환설에 대해선 함구하면서도 "최근 불거진 스파이 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소원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스파이를 처음 맞교환한 것은 1962년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U-2 고공정찰기가 소련 영공에서 추락해 조종사 프랜시스 게리 파워스가 간첩 혐의로 체포되자 미국 측은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인 루돌프 아벨 대령과 맞교환을 제의해 성사됐다. 85년에도 폴란드와 동독에 수용돼 있던 서방 측 스파이 25명이 미국에서 체포된 소련 간첩 4명과 맞교환으로 풀려난 바 있다.

2010-07-08

미-러 '스파이 맞교환' 추진…사태 확산 막기로 약속

〈속보〉 미국내 러시아 스파이 사건이 연일 화제가 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이번에 검거된 스파이 한명과 러시아 교도소에 수감 중인 미국 첩자끼리의 맞교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7일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2004년 미 첩보기관에 핵 잠수함 등 각종 러시아 군사 기밀을 넘긴 혐의로 기소돼 15년형을 선고받고 아르한겔스크 교도소에 수감중인 이고르 수티아긴 박사를 넘기는 조건으로 이번에 검거된 10명의 스파이중 한명을 러시아로 데려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국은 또 이번 스파이 사건의 확산을 원하지 않으며 추가적인 적대행위를 자제한다는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대표적 군축 전문가 수티아긴 박사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미국.캐나다 분과장을 지냈다. 그의 변호사는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수티아긴이 최근 모스크바 인근 교도소로 이감됐으며 그 자신도 미국서 체포된 러시아 스파이 한명과 교환 조건으로 영국으로 추방되는 것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변호사는 또 "자신의 인생이 끝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영국행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수티아긴은 미국과의 스파이 교환 조건으로 자신이 곧 석방될 것이며 영국으로 보내질 것이라는 것을 가족에게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 법무부는 최근 미국서 러시아를 위해 불법 정보활동을 한 혐의로 페루 국적의 칼럼니스트 비키 펠리스와 미녀 사교가 등 10명을 체포한바 있다. 이들에게 공작금을 지원한 혐의를 받은 또다른 한명은 키프로스에서 체포됐으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뒤 종적을 감췄다.

2010-07-07

러시아 스파이 안나 챕먼 "미국서 추방될까 두려워"

미국에서 체포된 미모의 러시아 스파이 안나 챕먼(28.사진)은 "미국에서 살기 원하며 추방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그의 변호사가 주장했다. 챕먼의 변호를 맡고 있는 로버트 바움은 2일 "그는 보석이 허용되더라도 도망갈 곳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챕먼은 보석을 신청했으나 지난달 28일 기각당했다. 바움은 챕먼이 자신을 '팜므 파탈(남성을 파멸로 이끄는 치명적인 매력의 요부)'로 묘사한 언론 보도에 "당혹스러워했다"며 "그는 뉴욕에 사는 전형적인 28세 싱글 여성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챕먼의 아버지 바실리 쿠스첸코가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고위 관리 출신이라는 보도도 부인했다. 바움은 "쿠스첸코는 러시아 대사관의 하급 관리"라며 "위장한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챕먼에게 접근해 가짜 여권을 전달해달라고 했을 때 그는 경찰에 신고하라고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챕먼의 영국인 전 남편 앨릭스 챕먼(30)은 이날 두 사람이 주고받은 e-메일을 공개하며 "챕먼이 가족 대신 일을 선택한 것을 괴로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사람이 이혼 전 아이 갖는 문제를 의논했다며 "그녀가 러시아 요원들에게 포섭되지 않았더라면 함께 가족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 케빈 챕먼(56)도 "그녀는 마타 하리(제1차 세계대전 때 활동한 유명 여성 스파이)가 아니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김한별 기자

2010-07-04

미-러 "추문 확대 서로 이로울 것 없다"…'미녀 스파이 스캔들' 확대 자제 움직임

최근 불거진 러시아 간첩 사건이 냉전시대 잔재를 보여 줬지만 변화가 모색되고 있는 양국 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2일 전망했다. IHT는 "스파이 사건이 양국관계를 전환시키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에 그림자를 드리웠다"며 스캔들이 터진 시점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 72시간후라는 점이 오바마 팀을 크게 좌절시켰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그러나 이번 사건이 미.러 관계를 '재설정(리셋)'하려는 오바마의 노력을 '과도한 낙관론'으로 폄하하는 이들에게 힘을 싣고 러시아와 새로 체결한 전략무기 감축협정(START)의 상원 비준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IHT는 "오바마는 20세기의 귀신이 21세기의 목표를 방해하는 상황은 용납하지 않기로 했다"며 행정부가 러시아와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들을 감안 이번 사태의 '확전'을 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그 근거로 미국이 러시아 외교관 추방과 같은 응징 조치를 취하지 않고 남달리 크게 분노를 표하지도 않은 점을 들었다. 또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이 연방수사국(FBI) 요원으로 암약한 러시아 스파이 로버트 한센을 체포한 일을 계기로 외교관 50명을 상호 추방하는 등 심각한 갈등을 겪은지 불과 2개월만에 양국 지도자끼리 만나 악수한 사실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경우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균열을 야기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맞대응 공방전을 치르지 않고 극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0-07-02

월스트릿서 활동한 미녀 스파이…첩보명 ‘N’ 신디아 머피

최근 연방 수사기관에 체포된 10명의 러시아 스파이들 가운데 일부가 컬럼비아대 교수와 학생들을 포섭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수사국(FBI)과 검찰은 지난 28일 뉴욕시, 보스턴, 워싱턴DC 근처에 살면서 미국의 각계 주요 정보들을 수집하던 스파이 10명을 스파이들을 일제히 체포했다. 이 중에 ‘본드걸 풍의 스파이’ 안나 채프먼이 미모·재력을 과시하며 맨해튼 사교계 명사로 행세하면서 스파이 활동을 한데 이어 또 다른 여스파이 신디아 머피(35)가 컬럼비아대와 월스트릿을 대상으로 공작을 펼쳐 충격을 주고 있다. 머피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러시아를 위해 비밀 정보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물 ▶중앙정보국(CIA)에 지원했거나 또는 앞으로 지원할 예정인 인물을 집중적으로 포섭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머피는 특히 이 같은 공작을 위해 수년 전 자신이 직접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에 개설된 ‘최고경영자 과정(Executive MBA)’에 진학해 지난 5월 졸업했다. 머피는 졸업한 뒤 월스트릿 금융회사인 모리아 파이낸셜 서비스 회사에 입사해 한해 15만달러 가까운 고액의 연봉을 받고 근무하면서도 동창회와 학교 다닐 때 구축한 인맥 등을 중심으로 공작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연방검찰이 머피를 기소하면서 제출한 소장에 자세히 나와 있다. 소장에 따르면 머피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대외첩보부(SVR)로부터 첩보명 ‘엔(N)’이라는 이름으로 지령을 받고 활동했는데 SVR은 스파이들 사이에서는 ‘모스크바 센터’로 불렸다. SVR은 머피에게 그림 속에 암호를 숨겨 지시를 전달하는 기술이나 전자 메시지 등을 통해 ^미국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교수와 학생 ^CIA에 경제분석 요원 등으로 들어간 학생이나 앞으로 들어갈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포섭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특히 SVR은 머피에게 이러한 컬럼비아대 교수와 학생 포섭 지령 외에도 ▶미국 정부의 대 러시아 군축협상 관련 정보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 관련 정보 ▶이란의 핵개발 관련 정보 등 러시아 정부가 대외정책을 펼 때 필요한 기밀을 수집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연방검찰은 머피를 포함해 10명의 러시아 스파이들을 기소하면서 소장에는 이들이 모스크바로부터 어떻게 지령을 받았는지 등의 구체적인 정보전달 방법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박종원 기자 jwpark@koreadaily.com

2010-07-01

[뉴스 라운지] 미녀 스파이

“러시아에서 온 미녀 스파이 한 명이 미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안나 채프먼(28). 그는 동료 10명과 함께 붙잡혔지만 뉴욕 포스트 등 언론의 관심은 채프먼에게 집중되고 있다. 미모와 재력을 겸비하고 뉴욕의 사교계 명사로 행세한 이력 때문이다.” 연방법무부는 미국에서 장기간 불법적으로 정보활동을 해온 혐의로 러시아 정보요원들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10명이 체포됐지만 단연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안나 채프먼이다. 언론들은 사건을 보도하면서 '채프먼' 이름 앞에 '미모'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또한 신문과 인터넷 매체들은 연예 화보처럼 채프먼 사진들로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베를린 장벽 붕괴로 냉전시대는 종말을 고했지만 아직도 미국과 러시아의 스파이전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역사를 전공한 가우처 칼리지의 에리카 프레이저 교수는 냉전 이전의 스파이전을 미국과 소련의 체스 게임에 비유한다. 미국과 소련은 각각을 서로의 '주적'으로 삼고 상대방 체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면밀히 감시.조정해 왔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면서 스파이전의 목적도 안보관련 정보수집에서 산업정보 국제 테러리스트 동향 파악 등으로 바뀌고 있다. 주적 개념이 희미해지면서 스파이전이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된 것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지만 미국내 러시아 스파이의 활동은 계속돼 왔다. 1994년에는 최악의 스파이로 알려진 앨드리치 아메스가 기밀문서를 러시아에 제공했고 로버트 필립 한센은 2001년 체포될 때까지 16년간 간첩활동을 해왔다. 이들에 비하면 채프먼의 간첩활동은 아직까지 미국에 치명적인 내용은 없다. 그런데도 채프먼은 할리우드 유명인사에 못지 않는 주목을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벌써부터 채프먼의 스토리가 책이나 영화로 나올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냉전시대 이후 홀연히 나타난 미모의 여성 스파이. 치열한 첩보전이라기 보다는 한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하다. 〈논설위원실〉

2010-07-01

러 스파이, 하버드도 장악…왕성한 사교로 '마당발' 통해

최근 미국서 체포된 러시아 스파이 용의자중 한명이 세계 각국 지도자를 배출하는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왕성한 사교 활동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타임스'(NYT)는 1일 "간첩 용의자 도널드 히스필드(48)가 2000년 케네디 스쿨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재학 시절과 졸업 후에도 동문 사이에서 '마당발 활동'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밴쿠버 출신인 그는 "외교관 아들로 체코에서 국제학교를 다녔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히스필드는 동문들의 졸업후 진로를 면밀히 추적하고 모든 동문과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다. NYT는 "히스필드와 같은 아웃사이더가 국제적 정치.경제 지도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데 케네디스쿨을 다니는 것이 유용한 수단이 됐을 것"이라 지적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러시아 정부가 자국 스파이 10명이 체포된 데 대한 보복으로 미국 외교관.정보요원을 붙잡아 맞교환을 요구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 타임스'는 1일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체포된 스파이들을 석방하고 이들을 러시아로 송환할 것이라는 설이 정보기관 주변에서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그루지야 폴란드 등 러시아 주변 5개국 순방에 나섰다. 클린턴 장관은 2일 우크라이나에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를 만날 계획이다.

2010-07-01

러시아 스파이들 '헛발질'…피나는 노력 불구 고급 정보 수집 못해

〈속보> "도대체 뭘 빼내려 노력한 것인가. 애쓴만큼 얻지도 못했다." 중앙정보국(CIA)에서 간첩활동을 지휘했던 리처드 스톨츠는 최근 불법 정보수집 혐의로 미국서 체포된 러시아 정보요원들의 행태를 비웃었다. 이들은 첩보 활동을 위해 특수 훈련을 받고 최첨단 기구로 무장한뒤 미국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완벽한 스파이' 면모를 갖췄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고급 기밀 수집엔 실패했다. 이들은 간첩행위 기소 대신 외국 정보기관을 위해 불법적으로 활동한 혐의와 돈세탁 혐의를 받았을 뿐이다. '뉴욕 타임스'(NYT)는 30일 11명의 정보요원이 오랫동안 활동하며 기밀정보를 모국 러시아에 보내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더 잘 알수 있는 정가 소문이나 정책 논쟁을 취합하는 임무만 수행했다고 전했다. 미-러 양측은 이번 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도 이들의 활약상이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러시아 외교부는 11명중 일부가 자국 시민임을 인정한뒤 "그들이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은 저지르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과거 공산권 CIA 지부에서 비밀리에 활동했던 밀튼 비어든은 "헤일 매리 패스"라고 비유한뒤 "미식축구에서 경기가 끝날 즈음 쿼터백이 무작정 최전방을 향해 던지는 터치다운 시도 패스처럼 여기저기 정보원을 심어놓고 '행운의 대어' 낚시를 기다리는 행태하고 지적했다. 비록 대어는 낚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연장은 다채로웠다. 그림 속에 메시지를 숨기는 '스테가노그래피'(암호 기술)부터 가방 바꿔치기까지 첨단과 고전을 오가며 정보를 주고받았으며 개인 역량도 뛰어났다. 여성 사업가로 활동한 안나 채프먼(28)은 저명한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페이스북 친구였다. 검찰 기소 내용에 따르면 페루 국적의 뉴욕 칼럼니스트 비키 펠리즈는 5만달러 금융설계사 머피는 13만5000달러의 고액 연봉을 받았으며 채프먼의 자산은 무려 200만달러에 달한다.

2010-06-30

시애틀에도 러시아 스파이 부부

미국 법무부가 28일 러시아 스파이 10명을 미국에서 불법적으로 정보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이중 2명이 시애틀에서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킹 5뉴스가 29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마이클 조토리와 패트리샤 밀스 부부는 시애틀 케피틀 힐에 있는 벨몬트 코트 아파트에서 최소 1년간을 살았다. 이들을 알았던 주위 사람들은 이들이 친절하고 사교적이며 정중한 부부였다고 말했다. 한 아파트에 사는 어스틴 밴더겐씨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잔 이반스 아파트 매니저는 "이상적일 정도로 매우 좋은 입주자였다"며 "이들이 더 살기를 원했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이웃들은 이들이 당시 남자는 은행 투자가로 여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주 교묘하게 위장하고 스파이 활동을 해온것으로 발표된 이들 부부를 비롯한 10명의 러시아 스파이들은 지난 주말 동부 지역 여러 곳에서 당국에 체포되었다. 마이클 조토리와 패트리샤 밀스 부부는 붙잡힐 당시 버지니아 주 일링톤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연방당국은 이들 부부가 살았던 시애틀 아파트에서 단파 라디오와 라디오 방송 암호 해독용 비밀 코드가 있는 노트들이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첩보 영화에나 나올 그런 스파이들이 시애틀 케피틀 힐에서 살았다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비등록 외국 에이전트와 돈세탁혐의로 기소되었는데 당국은 이들이 핵무기, 이란, CIA 등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2010-06-30

'러시아 스파이' 10명 체포…미 강경조치에 양국관계 급속 냉각

법무부는 29일 "러시아 정보요원 10명을 미국에서 오랫동안 불법적으로 정보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중 8명은 미국에서 러시아 정부를 위해 장기간 위장 비밀공작을 해온 혐의로 붙잡혔고 나머지 2명도 러시아의 미국내 정보 프로그램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에 대해 "미 당국은 이 문제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해명하길 바란다"며 미국측의 설명을 요구하는 등 반발 움직임을 보여 양국 간 외교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체포된 10명은 각각 외국정부를 위한 첩보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29일 뉴욕 남부 연방지법에 정식으로 기소됐으며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5년형을 받게 된다. 연방법은 개인이 법무부에 신고하지 않고 외국 정부를 위해 에이전트로 활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10명 중 9명은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돈세탁 혐의도 받고 있다. 공개된 기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평범한 시민으로 위장한 채 미국 정책입안자들 모임에 침투하고 미국 무기류와 외교전략 정치 상황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동원돼 왔다. 이들은 주로 뉴욕 워싱턴 보스턴의 시외에 거주하는 부부들로 평범한 직업을 갖고 외국 정부와 외형상으로는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은 채 수년간 광범위한 분야에서 정보를 수집해왔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연방수사국(FBI)은 이들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도 수년간 추적을 벌인 끝에야 체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FBI는 일명 '모스크바 센터'로 불리는 러시아 대외첩보부(SVR)가 스파이들 중 2명에게 보낸 지령을 중간에서 입수했으며 이에 따르면 스파이들에게는 핵무기 군축협정에 대한 미국측 입장 백악관에 관한 각종 루머 중앙정보국(CIA) 고위급 인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정보 수집 임무가 주어졌다. 그러나 지난 24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에서 신뢰를 강조한 직후 이같은 '스파이 스캔들'이 터지며 두 나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간첩 50쌍 미국내에서 활동" 미국이 러시아 스파이 10명을 체포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활동 중인 러시아의 스파이가 약 50쌍에 달할 것이라고 전직 KGB(국가안보 위원회) 요원이 29일 주장했다. KGB 런던지부의 부소장을 지내다 1985년 영국으로 망명한 올레그 고르디에프스키(71)는 러시아 정보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러시아는 미국내에 40~50쌍의 스파이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 추산했다. 그는 "KGB의 경우 통상 40~50쌍이 있는데 이는 모두 불법이다"라고 주장했다. 고르디에프스키는 이어 특정 표적 국가의 정확한 스파이 수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0-06-29

미-러 스파이 사건으로 냉각…러시아 반발, 외교 마찰 조짐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상대다.” 지난 2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또 당일 두 정상은 오바마 대통령의 단골 햄버거 가게를 찾아 ‘햄버거 오찬’을 통해 우의를 과시했다. 하지만, 두 정상의 우정이 진심이었는지를 의심할 만한 일이 터졌다. 두 정상이 얼굴을 맞대고 담소를 나눈 지 불과 4일 만인 28일 미 법무부가 자국에서 활동한 러시아 정보요원 10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한 것. 미국 측 발표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9일 미 당국에 사건 진상을 설명해 달라고 촉구했고 외교부는 미국 측의 주장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있으나 미국 당국이 제시한 정보들이 서로 모순되며 근거 없다는 입장이다. 안드레이 네스테렌코 외교부 대변인은 “왜 미 법무부가 냉전 시대에나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를 공개적으로 발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미국이 스스로 양국 관계 재설정에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로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조성된 양국 간 화해 분위기에 먹구름이 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이들 러시아 간첩이 미국 정책입안자들의 모임에 침투하고 무기류와 외교전략, 정치 상황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동원됐다는 점에서 이들의 처벌과 별개로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니콜라이 코발로프 국가두마(하원) 의원은 이타르타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간첩들이 땅에 파묻은 공작금을 찾아갔다는 기소 내용을 언급하면서 “마치 첩보 소설을 보는 것 같다. 21세기에 누가 그런 짓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전 연방보안국(FSB) 국장을 지낸 그는 “이번 간첩 사건은 미국 내 매파들이 러시아에 대해 강경 노선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알리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콜레스니코프 하원 의원도 “유감스럽게도 아직도 미국 내 냉전 유산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에도 미국 첩보 요원들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도 똑같이 대응할 수도 있다”면서 “과거에는 간첩 혐의로 적발된 미국인들을 조용히 추방했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그들에게 더 엄한 형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과거 냉전시절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보복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번 사태가 양국 관계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알렉산드르 토르신 연방의회(상원) 부의장은 리아 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대규모 간첩 스캔들로 확산하지 않을 것이고 냉전으로 돌아가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독일 dpa 통신은 이번 사건 역시 냉전이 끝났다고 해 러시아 간첩들이 서방에서 활동을 완전히 중단했다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2001년 미국은 외교관 지위를 갖고 활동한 50명의 러시아인을 추방했고, 2002년 스웨덴은 2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가장 최근인 지난해 4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2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스파이 혐의로 추방했다. 그런가 하면 1997년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과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적발돼 각각 징역 23년형과 27년형을 선고받았다.

2010-06-29

푸틴 총리 “나는 KGB 산업 스파이”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총리는 자신이 1980년대 옛 소련 시절 'KGB 정보요원'으로 동독에서 산업 스파이로 활약했다고 처음으로 시인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 가 2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푸틴 총리는 최근 러시아 과학원 회의에서 자신은 동독지역의 KGB 스파이로 활동하면서 서방의 민감한 기술 및 산업 기밀을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털어놨다. 푸틴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자신의 KGB 경력에 대해 지금껏 털어놓은 것 가운데 솔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푸틴은 1980년대 당시 동독에서 활동하면서 서독과 줄이 닿는 정보요원 모집책이었다는 사실 외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아직껏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번 발언으로 그가 서방의 컴퓨터 관련기술을 소련에 넘기는 임무를 수행했다는 동독 관리들과 다른 정보요원의 그간 증언이 사실로 확인되게 됐다. 1985~1990년 사이 동독 드레스덴의 KBG 스파이로 활약했던 푸틴 총리는 그러나 갈수록 벌어지는 서방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자신이 본국에 전달한 기술이 무시된 데 대해 갈수록 좌절감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내가 다른 부서(KGB)에 근무할 당시 우리와 외국인 동료가 특별한 수단을 통해 얻은 성과가 소련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1980년대 말의 상황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당시 지도부에 대한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푸틴 총리는 특히 당시 소련과학자들이 자신과 동료가 서방으로부터 "획득하고 있는" 정보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를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10-05-20

[잠망경] 스파이들이 색안경 쓰는 이유

계절성 정서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라는 정신과 용어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겨울은 우리같이 누추한 갑남을녀들이 우울증을 많이 겪는 계절이다. 아예 우리의 선조로 군림하는 웅녀같이 지혜로운 곰들은 겨우 내내 쿨쿨 동면만 한다는 동물학적 기록조차 있지 않은가. 괴테는 임종 직전에 “좀 더 많은 빛을(Mehr Licht!: More light!)”이라는 최후의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빛이 과연 무엇이길래 그 시성(詩聖)은 84세의 나이에 더 많은 빛을 원했던가. ‘light’는 고대영어에서 ‘가볍다(leoht)’는 의미이면서 ‘밝다(leht)’라는 의미가 동시에 있었다. 함부로 말하자면, 가벼운 것은 밝은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14세기경에 ‘light-hearted’는 가벼운 마음, 즉 ‘즐거운 마음’이라는 뜻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가벼운 것이 무엇이냐고 누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빛’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무도, 심지어는 신(神) 자신도 빛의 속도에 스피딩 티켓을 발부할 수 없다. 가장 가벼운 것이 가장 빠른 것이다. 그러나 무슨 영문에서인지 16세기에 들어서서 ‘light-headed’는 어지럽다는 뜻이 됐고 ‘light-fingered’는 남의 물건을 훔치기 잘한다는 의미로 변한 것이다. 직역하자면 손이 가볍다는 것은 소위 우리말로 손 버릇이 나쁘다는 말이다. 겨울에 마음이 저조해지는 것은 햇볕이 부족한 데서 온다는 학설이 있다. 꽃 피고 새 우는 춘 삼월에 만물이 소생하는 이치도 봄철에 햇살이 증가하는 현상에서 기인된다는 상식적이 이론이 단연 유력하다. 그래서 햇살이 부풀어 오르는 봄철에는 처녀들의 가슴이 설레는 법이려니. 겨울철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2500 내지 1만 룩스(lux)에 해당되는 발광원(發光原) 앞에 앉아서 일정 시간 책을 읽거나 하면 좋은 효과가 있다 한다. 햇볕이 쨍쨍한 날이 3만2000 내지 13만 룩스에 해당된다. 그런 날 밖에 나가 보라. 카뮈(Albert Camus: 1913-1960)가 1942년에 세상을 경악시킨 ‘이방인’의 시작 부분에서 주인공 뮈르소가 태양이 작열한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해변에서 한 아랍인을 사살하는 장면은 또 어떤가. 그건 마치도 햇살이 우리의 망막에 가장 극심한 빛을 쏘였을 때 우리들 중에 예민하고 사람이 가장 불안정한 상황이 빚어내는 광기의 극치라 해석해도 무방하다. 1937년에 자외선과 적외선을 차단하는 색안경을 만들어 내서 인류의 역사에 처음으로 굵은 횡선을 그어 놓은 ‘레이-밴(Ray-Ban)’이라는 상표를 기억할 것이다. 문자 그대로 빛살(ray)을 금지(ban)한다는 의미였다. 한국전쟁 직후에 경부선 열차에서 번득이는 갈고리가 달린 팔뚝으로 싸구려 연필을 사 달라고 강짜를 부리던 우리의 쓰라린 그 시절, 상이군인들이 스스로의 눈을 가리려고 쓰던 그 무서운 일본식 발음, ‘라이방’이 당신은 생각날 것이다. 그 즈음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맥아더 장군이 썼던 해골의 눈처럼 음침한 검정색 라이방이 떠오를 것이다. 자, 이제는 당신의 눈을 똑바로 쏘아보며 물어 보고 싶다. 당신은 여름의 무자비한 정열과 광기를 원할 것인가. 아니면 겨울의 차가움을 선택할 것인가. 당신의 망막에 스며드는 저 뜨거운 태양의 무자비한 열정에 몸을 맡길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우울한 지성이 부여하는 차분한 판단의 귀추에 고개를 숙일 것인가. 절대로 흥분하지 않는 선글라스를 쓴 스파이처럼. 색안경을 쓰고 무대에 서서 차갑게 그러나 절묘한 감성을 호소하는 색소폰 연주자처럼. http://blog.daum.net/stickpoet

201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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